호숫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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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몰고온 어둠에
바람마저도 날카로운 밤
달님에게 빛을빌려
내게 다녀간 너의 흔적들을 꺼내어
땅바닥에 너의 얼굴을 그려본다
계란형이였던 너의얼굴 형태를 그리고
긴 생머리였던 너의 머리카락도 그리고
유난히도 초롱초롱했던 너의 눈동자도 그리고
오똑한 너의 콧등도 그리고
항상 머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내 상상속의 너의 귀도 이쁘게 그렸는데
희안하게도 너의 입술만이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희미할뿐 선명하지가 않았다
화가나서 너를 잊어가고 있다는
문득 그런 생각에 너무도 화가나서
잔잔한 호숫가에 심술을 부렸다
돌멩이를 던지고 침을뱉고 오줌싸고
유치하게도 난 그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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