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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두레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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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레박 --

도르래가 뭔지 아니 ?
하나가 무거워 내려오면
또 다른 하나는 그 무게에 눌려 올라가지
두레박처럼 말이야

밀려오는 외로움이 커지면
그 무게에 이기지 못한 공허함으로 둘둘 말려
넋 놓은 사람마냥 멍해 지거든
무엇을 보든
어떤 것을 먹어도 맛을 느끼기가 버거워

그럴땐
'그냥'이라는 양념으로 시간을 버무리다가
무책임이라는 음식을 밥상위에 살짝 올려 놓지
쑥스러우면 '미안'이라는 메모를 남기지만
사실은 그게 그게 아니거든


때와 장소에 따라
스스로를 풀기도 하고 당기기도 하는
줄다리기 선수가 되지 못할 바에야
도르래에게 제 몸을 맡기고 서 있는
두레박이나 되자고 다짐하였지

우물가에 외로이 버티고 서서
누군가를 기다린다는다는게 너무 힘들어
기다림을 내다 버리고
시간이 차면 오르고 시간 다하면 내려가 잠드는
두레박이나 되자고 다짐하였지

도르래의 실타래에 묶여 오르락 내리락
열두 고개를 넘나드는 내 마음
멈춰 바라고보픈데 가벼워지는 사랑이
자꾸 무거워지는 짜증이
공중 위에서 고개짓을 하며 나부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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