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낙엽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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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같이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다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 어머니의 아들로
한 여인의 남편으로
한 아이의 아빠로
여러 사람의 인명을 구하는 의사로
죽는 날까지 열심히 살다가 간 영혼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영혼을 우리 곁에서 떠나보내는 제를
원효사에서 한다고 하여 찾아갔습니다.

시내를 벗어나 무등산으로 오르는 길에는
촉촉한 가을, 비가 내리고
단풍은 왜 그리도 가슴 시리도록 눈부시게 아름다운지
薄霧는 소복을 한 여인처럼
애처롭게 무등산을 감싸고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눈물을 보이면 좋은 길가는 영혼이 자꾸만 돌아본다는 스님의 말에
울지도 못하는 소복한 여인은 단풍처럼
안으로 안으로 쏟아지는 붉은 피를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떠날 사람은 미련을 두지 말고
남겨진 사람은 남겨진 의미를 새기며
나무의 나이테처럼 우린 또 하나의 동그라미를
그리며 살아가나 봅니다

여인이여! 우리 남겨진 것을
간 사람의 사랑이라 여기며
나에게 어차피 주어진 길
우리 낙엽을 따라 밟으며
동행합시다. 같이 가면
쪼끔은 덜 외로우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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