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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다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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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림질

1.
칼같이 세우라.
내 몸을 스치는 모든 기억이 잘려나갈 때까지
날카롭게만 하라.
어제 내 가슴을 후려쳤던
바람마저 비켜 나가게 하라.

2.
고문하라.
그 놈에게 물을 뿌리고 뜨거운 인두질을 하면
실토할 것이다. 반드시 진실을 세울 것이다.
참으로 엉뚱한 진실이
허스키한 비명을 지르며,
희뿌연 증기로 승화되면,
나는 그 진실을 두르고 연단에 나아가
진실처럼 모두에게 열변할 것이다.
일본 순사처럼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미소 지을 것이다.

3.
기억하라.
내게 남은 상처는 잊히지 않는다.
칼같이 드러나버린 엉뚱한 진실.
모두의 고개 끄덕임.
살을 녹이던 그 뜨거운 질문들이
이제는 입을 다물고 번들거리는 상처를 남긴다.
구겨지고 치이다 보면 진실도 흐려질테지만
흔적은 남을 것이니,
잊지마라.

.
망각하라.
서릿발처럼 날카로운 삭풍도 잘려나갔다.
두려울 것은 없지만 가슴이 횡하다.
진실을 세우고-누구를 위해-상처를 내는가.
변함없이 오늘도 나는 옷을 다리지만,
그 누구도 나는,
손이 베어 다치기를 원하지 않는다.
펼쳐지는 주름처럼 어제를 잊고
오늘을 세우라.
오늘 다시 내게 상처받을 이가 있다하더라도
어제처럼 오늘을 세우라.
오늘을 세우면 어제를 잊을테니
망각처럼 오늘을 세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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