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밑둥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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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入春) 들어 새 움 틀 때
땅 속 뿌리에서 물 빨아들여
가장 윗둥거지 잎에게
먼저 먹이고
남은 물 몇 목음에 목축이더니
이네 그리 되셨구려.

입하(入夏)들어 잎마다 녹음 짙을 때
밑둥거지라서
제대로 빛줄기 한번 받아보질 못하더니
이네 그리 되셨구려.

입추(入秋)들어
물 빨아드릴 기력 없고
햇빛 줄어 잎 말라가는데
메몰진 바람에 먼저 상처받는 건
밑둥거지라서......
이네 그리 되시더구려.

몇 일 후면 입동(入冬)인데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주기만 한 서룬 몸
알몸둥이만 남아
어찌 겨울을 나시려오?

그래도 나는 안다오.
내년 봄 입춘들어
눈 녹는 날 그 날 되면
키 작은 나에게 제일 먼저 소리쳐
봄 소식 전해줄 당신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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