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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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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7. 00:05. 생활관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섬에 산다.
물때에 맞춰 소스라지는 갈대의 비명.
목소리 한 자락 변변히 없이 삶은 헤엄쳐 물을 건너며
강에서 흘러 오는 수초를 타고
건너편, 안개가 자욱한 육지에 텁텁히 쌓여간다.

바람이 몰고 오는 밤의 끝에
내가 아닌,
그대가 건져 낸 언어의 샘이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귀에 물을 주고,
입술에 상념을 머금고,
양 손에 넉넉한 회상을 쥔 채로 귀하게 웃는다.

새,
흰 안개 모자를 쓴 섬을 돌아
갈대잎의 노래를 위로하며
날개짓으로 물가에 자리매김하여
종종거리는 발자욱으로 그는 언제나 그곳에 있고,
다만 나뭇가지를 꺾어 노를 저으며,
섬을 타고서 사람들은,
그래, 우리는 적막한 물가에 산다.

매일 매일 물살을 가르며 잔물결 뒤로 하고
사람들은 맡겨둔 물의 계절을 찾아
여러달 먼데서부터 섬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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