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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풀 밭에 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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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전엔 원망도 했습니다.
이게 사랑이냐 자조하며
행장을 차려
길 떠남을 재촉하기도 했습니다.

천수만 철새 떼 비상할 때
내 사랑도 날려 버릴 거야.

간월도 바닷가 썰물 되면
이 아픔도 보내 버릴 거야.

부소산 안개 걷힐 때
널 향한 맹목도 거두어 버릴 거야.

내 가는 만큼 당신도 멀어질 테고
반드시 원망조차 버리고 돌아오면
쟁기 벗은 소처럼 가벼우리라 여겼건만
막상 다다른 곳은 풀밭.

당신이 바다가 되었을 땐 모래로
하늘이 되었을 땐 구름으로
바람이 되었을 땐
풀 결 이루는 초원이 되어야 함에도
때 시 없이 나무로 서고자 했음이 보여
원망은 오기였고
스스로 얻은 상처만 커 보였습니다.

깨달음은 얻었으나
내가 떠났던 만큼 당신도 멀어졌을 터
포기한 채 늦은 밤 길
맥 놓고 돌아온 집 앞에는
빈 마음 되어 돌아올지 모를 우려를 안고
오히려 더 안타까웠던 당신을 만났습니다.

내가 풀밭에 누워 있을 동안
당신은 나를 위해
언제고 산만 되리라 생각했고
지니고 떠났던 원망과 오기도
이미 용서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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