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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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부터
그 자리에 지조를 지키며
선비처럼 묵묵히 살아온 그대여
나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오늘까지
그 자리에 모든 풍파를 간직하고
살아온 그대여

그대는
이 땅에 살아온걸 한번도
후회하지 않고 살아온 그대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청춘을 다 받쳐 살아온 그대여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어
이제는 할머니의 젖무덤처럼
더 이상 나올 것도 없는 그대지만
아직도 마지막 남아있는
한 방울의 물마저 아낌없이 주고픈
그대여

이제는 더 이상 지탱할 힘도 없건만
비바람 모진 태풍에 어린 이삭이 혹시 쓰러질까봐
마지막 혼신을 다해 붙들고 있었기에
가을 햇살에 누렇게 익은 벼들은
그대의 고마움에 큰절을 올립니다.

그러나 수줍은 그대는
얼굴을 붉히고
이 땅이 존재하는 그날까지
나의 아들의 아들 그리고 또 그 아들의 아들이
이 땅에 존재하는 그날까지
생명을 불어 넣기 위해
또 다시 자연의 생명을 당신의
몸속에 간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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