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땅따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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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넓은 운동장을 놓고
가위 바위 보
기분 째지게 나부터 시작이다
엄지 발톱만한 납작돌은 내 손가락에 튕기며
요리조리 선을 긋는다
세 번 이내에 나의 집으로 돌아오면
작은 환호성에 개선장군이 된다
어깨 으쓱한 꼬마 땅부자
나이와 관계없는 욕심은 멀리멀리 갔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차례를 넘긴다
친구는 한뼘 크기의
소심한 움직임으로 야금야금
자신의 땅을 넓혀간다
괜히 배가 아픈 나의 심술은
가까스로 집에 돌아온 적의 용사 뒷금물림을 주장하고
자그마한 주먹이건만 주고받으며 씩씩댄다
내게도 기회는 다시 온다
차지할 땅은 많고 흙투성이 손은
바지런히 움직인다
원초적인 소유욕과 정복야망
금 안의 공간은 토지초과 소득세 없는
오직 나만의 것
뿌듯한 마음에 이마 땀을 닦는다
땅의 넓이만큼 깊어가는 시간

무의미한 공중분할에 정신없던 잠자리떼도
어디론가 떠나고 땅거미 내리면
밥 먹으라 부르는 엄마 목소리
손 탈탈 털고 일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간다
바닥모를 갈증도 그 자리에 둔 채,

먼 산 위,
별들은 몸을 떨어 빛을 뿌리고
잔잔한 흙바람은 빗금 투성이
운동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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