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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별주(離別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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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별주(離別酒)

해질녘, 철 이른 낯선 바닷가 파도 포말 함께
비릿한 갯바람 섞어 마시려는 술 한잔.
이 사람이 마시려는 술은
넘실대는 물결 달래려는 몸부림 함께 하는 술이지만
당신이 마시려는 술은
잔에 비친 석양 바다빛 아름답다 음미하는 술이지요.
스산한 밤 잊으려 태우려는 장작더미 깔고 앉아
감싸주는 화기(火氣)에 절로 취해 가는 한 잔술.
이 사람이 마셔보는 술은
스멀대며 꺼져 가는 모닥불 안쓰러워 마시는 술이요.
당신이 마셔 보는 술은
타닥대며 깜박이는 불꽃 정겨워 마시려는 술입니다.
찬바람에 해 짧더니 추적추적 비내리는 가을 산야(山野)에
잎새 지는 스산함에 몰아친 한숨 섞은 한 잔술.
이 사람이 마시는 술은
세월 가는 덧없음이 너무 섧다 마신 술이지만
당신이 마시는 술은
가을엔 모든 것 아름다워 정취있다 마시는 술이지요.
한적하여 자그마한 카페 구석 눈 내리는 창가에서
흩어져 처지는 음률 속에 털어 넣으려는 한 잔술.
혼자 앉은 이 사람이 마신 술은
잊혀진 듯 아련했던 님과의 추억 담긴 쓰라린 술이요,
떠나간 당신이 마신 술은
새봄오면 또 다른 사랑 기다림의 술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과 나는 이별하는 술을 너무 오래 마셨습니다.
--9년 어느 날, 蒼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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