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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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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바람은 그칠줄 몰랐다.
우리엄마 추위에 떨다 꽃상여 보낼때 처럼
바람은 먼 산 수숫대 그림자를 흔들어 놓았다.
아버진 빈 방에서 술잔만 채우셨고
투명한 소주잔에 채워지는 슬픔들은
아버지의 어깨위에
더욱 독하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래도 아버진 언제나
새벽녘 찬 서리바람에 손을 비비며
뒷 굽이 다 낡은 운동화 한 켤레와
헛기침 조차 힘에 부치는
싸구려 인부 노릇을 탓하지 않으셨다.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까지 혼자이던 난
가끔 안방 화장대에 아직도 남아있을 듯한
우리엄마 향기에
소리없이 울기도 많이 했지만
좁은 대문 굽어오는 아버진
절대 아내의 긴 그리움을
여윈 몸짓으로 묻어내지 않으셨고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며
술에 취해 흥얼거리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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