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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내 지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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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아비 92년 가을. 임인숙




깡마른 체구
곧장 흘러내리는 안경
꾸부정한 어깨
내 지아비이다.

언제나
가난을 부적처럼
달고 다니는 남자.
그래도
하늘 같은 내 지아비다.

천지에 제 여자가
최고 미인이라고
속고 사는 남자.
나는 그의 지어미

이 아이 귀한 세상에
내게
네 아들의 어미가 되게 한
그는 내 지아비

단칸 셋방에
아들 네놈
가로로도 눕히고
세로로도 눕히고는
이게 내 천국이라고
흰소리 치는 남자.
아무리 가난이 짓눌러도
궁기 타지 않아
참말 멋져라.

무대에 서면 신들린 배우요.
연단에 서서는 불을 토하는 웅변가.
이야기 보따리 풀면
어른
아이
웃고 울고...
편지 한장을 써도
향훈 짙은 수필
내 지아비다.

가을을 타는 걸까?
석양에 비낀
파리한 얼굴
몸 도울 약 한첩이 아쉽다.

하늘 같은 내 지아비
내 하늘 같은 지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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