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비내리는 동강에서
copy url주소복사
비내리는 동강에서


비내리는 정오의 동강에선
젖은 맘들이 둘러 앉아 도란도란
향그런 솔전을 부칩니다

축축한 어깨들이 노릇노릇
다순 김으로 데워지고
잿빛 수면위론 작고 하이얀 동그라미가
갈망에 절망을 절망에 갈망을
더하는 수 만큼 무수히 그렸다 지워지고
다시 그려졌다 흔들려 흔들려 지워지고...

물안개인지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부연 물 무더기
사태되어 눈 앞에 우뚝
엄습하는 시간
차마 시계를 볼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정오를 조금 넘어선
시간이길 바랬습니다

이제 일어나 동강을 건너야겠습니다
수면위로 자맥질하는
친근한 부끄러움들 다 일으켜
젖은 어깨 감싸 안고
이제는 이제는
강물을 건너야겠습니다

챙겨 둔 낡은 배낭 속 도시락엔
정오의 솔전이 못내
향그럽습니다



0개의 댓글
책갈피 책갈피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