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여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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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그리움 한쪽으로 비켜 놓은 채
달궈진 입김 내뿜으며
뜨거운 삶 마다 않고
이만큼 업고 걸어온 여름,
봄색시가 갓틔우고 떠나버린 새싹들을
안고 얼르고 뒤척이며 무성하게 키워내는 동안
그 속엔 태양의 체온만큼이나 뜨거운
삶의 살덩이가 죽 버티고 있었으리라
위대한 어머니!

그렇게 따가운 볕 쪼여가며
힘들게 일구던 날들 위로
당신은 이미
바람이 되고 새가 되고 무수한 잎들이 되어
우리 가슴에, 우리의 삶 속에
내내 남아 있으리

내 그리운 어머니가 간다네
폭염에 그을려 갈라 터진 몸뚱아리
질질 끌며 누가 볼까 조용히
몰래 눈물 훔치며
내 그리운 어머니가 가고 있다네
삶은 그런 거라고
얻는 것이기보다
자신을 사르며 가꾸어 가는 거라고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일궈내면, 삶은
반드시 자신의 몫이 되어
그렇게 다시 찾아올 거라고
계절이 가듯
우리는 결국
뒷모습만 보이며 떠나가겠지만
삶은 언제나
열심히 땀 흘리던
우리의 눈부신 얼굴만을
기억할 거라고
그래서 우리가 떠나도
그건 결코 떠나가는 게 아니라고

유난히 심하게 갈라졌던 상처는
어느 새 어머니의 왈칵 쏟아낸 눈물로
이렇게 다 아물어 가고 있는데
쓸쓸한 바람 맞으며
내 그리운 어머니가 벌써 저만치 가고 있다네.
이 해 여름은 그렇게 떠나가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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