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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등 굽은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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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 숨을 몰아쉬고
몇 번은 쉬엄쉬엄 가파른 언덕을
다리 끌며 오르다 멈추어선
등 굽은 시간도 결국은
절룩이며 흐르고 있습니다.

깊은 주름 같은,
세월의 검버섯 같은 아픔이
골목에 듬성듬성 피어나고
근처 빈집 구석에서
굶주린 고양이의 퀭한 눈을
얼핏 보았습니다.

주인 떠난 그 빈집은
떨어져 나간 창문을 통해
어질러진 삶의 흔적을 다 내보이고

몇 걸음 지나다 고개 돌려 바라본
그 창문은 상실의 아픔으로
그리워하다 지쳐 눈물조차 말라버린
눈 같아 보였습니다.

삐걱이던 문 옆에
흙담은 사과상자 가지런히 앉혀놓고
철마다 푸성귀들이 눈물겹게 고개를 내밀던
골목의 일상은 멈추어버리고
그렇게 무너져가고 있는
사람 살던 마을 위로
등 굽은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 비온 뒤의 바람 끝이 선선합니다.
이번에 내린 너무 과한 빗물로
아픔을 당하시지는 않으셨는지...
내내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낙골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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