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농사짓듯 공들여 삶도 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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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큰바람이 몹시 불 던 날
제 농부 친구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걱정하며
과수원을 서성였을 친구 얼굴이 눈에 밟혔습니다..

수확을 며칠 앞둔 잘 익은 과일들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지는 않을까
농약 쏟아 붓는 쉬운 농사를 마다하고
푸른 물이 들도록 손으로 풀도 뽑고
우직하게 땀을 쏟아 공들여 왔던
친구의 거친 손이 떠올랐습니다.

큰바람이 가로질러 지나갔지만
그리 큰 어려움은 없다고
송두리째 삶의 터전이 사라진
다른 마을의 아픔에 비할 수 있겠냐고
마음 써 주어서 고맙다고 친구는 말했습니다.
착한 농부의 착한 손을
착한 땅을 밟고 살아가는 착한 얼굴을
눈에 본 듯 하였습니다.

'씨앗을 뿌릴 때
농부 자신도 함께 뿌려진다'는
어느 농부의 말을 새겨봅니다.
농사 짓듯 땀흘려
삶도 공들여 짓고
그 만큼만 진심으로 살아가는 삶을 생각합니다.

간 밤의 모진 바람은 어디로 갔는지
능청스럽게도 맑은 하늘을 봅니다.

낙골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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