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 시조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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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오늘을 버티지 못해.
내가 너인 듯
네가 나인 듯
우리의 이름에 담아져야
네가 흔들릴 때 잡아주고
내가 무너질 때 세워주지.
나도 흔들릴 때 있고
산사태로 무너지고 싶을 때,
내가 본 빛들을 잊고
원래의 있던 곳으로 귀양처럼
유배되고 싶을 때도 있단다.
그럴 때 마다 시간을 돌려
봄날 철쭉 핀 공원의 안개를 불러오고
마리아 칼라스 꽃잎을 갈아 마시면서
네가 나에게 준 것 중에서
인내를 꺼내 몸에 바르지.
다시 장미를 피게 하지는 못할지나
아직 뿌리가 이토록 강하게
흙을 부여잡고 있으니
봄날에 이르러 꽃망울은 다시 맺히리라.
그때 까지 전부인 역할로서
내가 무너지고 꺼져갈 때,
호흡곤란으로 눕고 싶을 때
우리라는 이름으로
네가 일으켜 놓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그토록 지리멸렬했던
터널을 벗어났다.
이젠 고갈된 힘의 소생을 위해
행복하게 앓아누울 수 있을 것 같다.
아스팔트
원인 없는 추위에 갇혀
동상에 걸리고 움츠러드는 동안
문 밖에는 황사마저 부는데
상처에 상처가 덧 씌워도
피할 방법을 몰랐기에
고스란히 견디어 냈고
마음 안에선 절망을 밀어 내는
포크레인 소리가 요란했다.
내일은 그 자리에
아스팔트가 깔려 있으리라.
1)가 출
밟고 간 자리마다 질경이 고개 숙여
따르는 어린 동생 맨 발을 닦아주네.
형아야, 안타까운 울음 찬 바람 소리.
이놈아, 절규하는 피맺힌 꼬약 소리.
떠나자. 벗어나자. 그토록 원했건만
오늘서 돌아보니 제자리 도로걸음.
2)외 로 움
여러 날 가슴앓이 참새 떼 울음 같고
수꿩도 대숲에서 암탉을 꼬시는데
우물 안 무청 같은 이 심사 꼬여드네.
하늘엔 짝 찾은 까치마저 놀려대고
중 나무 기대앉아 빠느니 엽연초라
어디로 나설거나 그리운 내 임이여.
3)아비의 노래
청산리 벽계수는 죽은 지 오래건만
그 가락 그 장단은 여전히 흘러내려
담배 밭 고랑에서 처연히 새어오네.
바람이 들었던가, 내 아비 무릎장단
꽃대롱 틀어대던 원추리 헤픈 웃음
아서라, 울 엄니 속적삼 젖어들라.
4)월미도에서
파도가 넘실대는 월미도 선착장엔
오늘도 넘쳐나는 바람난 갈매기들.
눈웃음 한 번으로 지난 밤 끌어안던
이름도 알 수 없는 하룻밤 풋사랑에
떠나는 코스모스 왜 이리 서운하냐.
5)약 속
손잡고 가마하고 눈물로 맺은 언약
때늦은 우리 사랑 가슴만 메치는데
어제도 소식 없고 오늘도 박절하다.
신 새벽 울려 대는 심장의 박동 소리.
듣느냐, 내 사람아.약속은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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