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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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되고 싶었던 이가 있었다.
나무둥걸에 서서
밤새 비바람을 맞은 후에
폭풍 후의 순풍같이
그는 떠나갔다.

눈이 되고 싶은 이가 있었다.
다른 이를 끌어안고
혹한 추위속에서 밤을 지새우고
말 그대로 순수한 눈처럼 날아가 버렸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아무도 모르는 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서 있었다.
그는 이미 모든 이들과 통제되고 모든 것들과 가로막혀 있었다.
그는 불쌍해 보였다. 하루하루가 외롭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바람이 된 이는 그의 몸으로 그를 감싸고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주었다.
눈이 되어 버린 이는 그에게 그몸 자체를 내주어
환희과 기쁨을 주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미소를 띤 채 죽어갔다.
그리고는 날개가 되었다.
날아가 버렸다.

황량한 벌판에 툰드라 이끼만 잔뜩 낀 곳에
메마르고 차가운 투명한 영혼이 서 있었다.

그 어느 것도 그를 깨우지 못했다.
그 어느 것도 그를 채우지 못했다.
그 누구도 그를 일으켜 세울 것 같지 않았다.

날개 된 이가
그에게 찾아왔다.
눈이 된 이도 그를 찾아왔다.
바람 된 이 역시
그를
찾아왔다.

눈이 된 이는
그의 친구들을 불러
영혼의 발 밑의 땅을,
그의 모든 영각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어둠의 땅을, 불모의 땅을
덮어 얼려
언 땅의 메마른 기운이 영혼을 범하지 못하게 하였다.

저 먼 서쪽의 남풍을 타고 날아온
바람 된 이는,
태초 지구의 뜨거운
태화열을 지니고 날아와
영혼의 몸을 감쌌다.

영혼에
몸이 생겨나고,
윤곽이 생기고,
표정이 잡혔다.

눈이 되었던
이는, 눈이 될 때의 그 모든 것을 바쳐
영혼의 피가 되었다.

바람이 되었던 이는
바람이 될 때의 그 순수함으로
티끌하나 이끌지 않고
영혼의 온몸 구석구석
숨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머리에 자리잡고
자신의 몸을 불살라
영혼의 정신, 순수의 주체가 되었다.

날개된이,
지켜보고 있다
그 친구들의 희생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의 몸을 하나하나 분쇄해
피부로 들어가고,
그 고결한 하나의 생명체에 그 어느것도
파고들지 못하게 하였다.

모든 이가 변하고,
모든 이의 갈망과 순수가 결집되고,
모든이의 정신이 모이고
희생이 모여

하나의 인간, 영혼을 가진 인간이 되었다.


많은 것에
겨우
하나의 인간이 태어났다기에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누구도 알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눈속에서 찾아낸 순수와
우리의 머릿속에서 찾아낸 수천만의 감정과
우리의 몸 모든 곳에서 찾아낸 수억, 수조의 영적 생명을
느낀다면,

혹 볼 수 있다면,

그 하나에서 이루어진 모든 과정이

이해될 것이다.

그리고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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