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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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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껏 한번이라도, 단 한번이라도
너를 기다리지 않은 적 없었고
그 길목어귀를 배회하지 않은 날 없었다
허나 날은 저물고 곧 십이월
찬바람 살을 에는 날, 채 잎조차
떨어뜨리지 않은 내게로 너는 오지 않는다
그리하여 어쩌란 말이냐 또다시 너는
내게로 조금더 기약없는 시간을 조금더
그곳 그 어귀에서 기다리라 말하려 하느냐
시작하는 것보다 포기하는 어려움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넌 잔인하다
잔인하다
그 길에 선 자 모두는 창녀이다
가랭이를 벌린 채 빵조각을 씹어대는
퀭한 눈빛, 두려운 눈빛
내 무엇이 아까워 아끼려 하는가
너가 와준다면 너만 와준다면
내 기꺼이 달려가 춤을 추리라
그대를 기다린 지루하고 춥던 밤들을
잊어주리라. 잊고 춤을 추리라. 매춘하리라
하여 너로 하여금 진한 패배를 맛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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