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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내 안에서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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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의 자유

몇 해만에 일주일간의 여름휴가를 얻었다
휴가 어떻게 보낼건지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한 주일을 얻었다

내 안에서의 자유를 누리고 싶었지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그런 자유

첫째날
열시쯤 일어나 점심을 겸한 조반 끝내고 신문을 펼친다
머릿기사도 다 읽기전에 졸았다
TV 까지 켜 놓은체
종일 문밖 출입없이 졸다 신문읽다 또 졸고 비몽사몽간에 보냈다
온몸이 뻑쩍지근했지

둘째날
어제처럼 늦게 부시시 일어나
태극기 대문간에 걸어두고
성묘 다녀왔지
삶에 찌든 내 모습 엎드려 보이니
부끄럽고 송구하기는 한량없더구나
지지리도 못난지라

셋째날
새벽같이 몸 세워 동네 한바퀴 휑하니 돌았지
학교운동장 서너 바퀴 뜀박질도 하고
오랜만에 땀 흘려 기분 상쾌하더구나
아침밥은 한그릇 다 비웠다
어슬렁 그리면서 친구 찾아갔더니만 친구없어
시내 두리번 그리다 집으로 왔지
무료함을 느꼈지
냉장고문은 몇번씩이나 열었는지 군것질한다고
마감뉴스 끝나고 비디오 두편
새벽에 축구중계
아침엔 박찬호 야구중계
자는 듯 보는 듯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찬호는 결장했더구나

네째날
오전엔 줄창 잤지 간밤에 옳게 못 잤으니까
누군지 모르지만 불평을 농스럽게 하더구먼
『휴간데 이 집에는 어디 안가나』
내 그랬지
『역사적인 순간을 보아야지 않겠나 이산가족 상봉을...』
종일 그 소식은 나오고
식구대로 울어 가면서 보았지
우는것도 건강에 좋다지 아마

다섯째날
친구랑 점심약속을 했었지 멀리 거제 친구랑
시간 맞추어 거제로 가
이곳 저곳 둘러보고 점심함께 나누었지
바다경치가 보이는 호젓한 곳에서
이런 저런 얘기 곁들어 가면서
제법 먼길 혼자 드라이브하는 기분도 좋더구나

여섯째날
휴가 마지막 날이잖아
벌써 그리됐나
오늘은 모임이 두곳으로 겹쳤다
부부랑 함께하는 꼬치친구 모임
마을에서 조직한 상포계 모임
따로 가기로 했지
아내는 친구모임에
난 상포계 모임으로
바닷가에 차일 치고 솥 걸고
닭잡고 개잡아 육욕을 즐겼지
삼삼오오 둘러앉아 고스톱에 카드놀이
새벽녘엔 졸음도 오고 속도 쓰리고
구리 알 같은 재물 날려버렸으니 오죽했겠나
빈 털털이 된 새벽녘의 기분
그 참 묘하더구나

마지막날
또 오전 내내 잘 수밖에
재물 잃고보니 잠도 안오더구나
잔는지 안잔는지
오늘이 휴가 마지막날 맞나 ?
내일부터 출근해야되나?
.
.
.
.
.
이렛날 동안 아무도 내 자유를 구속하지 않았다
아무도 내 생각을 지배하지 않았다
난 어느 누구의 자유도 구속하지 않았다
남의 생각을 지배하려하지 않았다
잃음도 얻음도 없는
내 안에서의 자유
그것이 있어 올 휴가는 참 좋았다


팔월 스무 하룻날 휴가 끝나니 떠오른 생각
===언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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