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유년의 기억##2 (라디오와 구두)
copy url주소복사
부산에서 사시던 고모의 아들이자 우리의 사촌오빠가 오랫만에 우리집엘 찾아왔다.
내나이가 1살이었고 내동생 나이가 살이었을 무렵에...
나는 여느 어린아이들이 그러듯이 친구들과 모여 흙으로 밥을 하고 손꼽장난을
하고 있었다.(시골아이들은 나이를 먹어도 유치하게 논다)
동생이 나를 데리러 왔다.
유난히 자신을 따르던 나를 예뻐하시는 오빠는 나를 번쩍 들어않아 시냇가가 보이는(우리집엔 시냇가 위에 있었음)그곳에 나를 던지는 흉내를 내시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오빠의 양복자락을 잡고 놓치않으려고 애쓰던 기억이 난다.
오빠가 나와 내동생을 위해 사온 구두하나...
보라색리본 장식이 붙어 있는 예쁜 구두였다.
그런데 내발이 그러니까 다른 내 나이 또래 아이들의 비해 무지 컸던것이다.
그신발은 내발에 맞을리가 없었고 나는 동생에게 양보해야만 했다.
동생은 크니까 나중에 신어야 한다고 아빠는 그걸 장농위에 라디오옆에 가지런이 올려 놓으신 것이다.

동생은 자신의 발에 맞는 빨간색구두가 있는데도 또 내것까지 싣게 되었으니
복이 터진 것이다.
난 아쉬웠지만 할수가 없었다.
그래도 친구들에게 자랑은 해야겠기에
아빠가 안계시는 틈을 타서 친구들을 집으로 불렀다.
내키에 닫지 않는 장농위에 신발을 베게를 몇개씩 올리고서야 나의 손에 닿았다.
그런데 아뿔사..
베게를 몇개씩 겹쳐올려놓았던게 문제였다.
베게가 무너지면 구두 옆에 있던 라디오까지 함께 떨어진 것이다...
정리할 틈도 없었다.
구두쇠인 아버지가 가장 아끼시는 고물 라디오...
행여 먼지가 낄새라 닦고 닦으시던 그라디오를 내가 박살낸것이다.
나는 동생과 함꼐 집을 도망쳐 나왔다.
아버지가 아시는 날엔 어떤일이 일어날지 뻔히 알기 때문에...
나는 동생과 함께 산으로 올라갔다.
저수지 옆에 앉아서 시간이 흘러가기만 기다렸다.
집에 가자고 보채대는 동생에게
"너두 공범이야"라며 협박을 하던 ...
날이 저물어 밤이되자 우리는 마을로 내려갔다.
담벼락에 살며시 귀를 대고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나 안들리나
대어보고는 집에 들어갈려고 하던찰나에...

라디오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귀를 의심했지만..
아버지가 라디오를 듣고 계시는게 아닌가!!

분명 박살이 났는데....

우리는 조심조심 뒷집으로 건너갔고...

그날 일은 조용히 넘어갔다.

그 다음날 아빠의 라디오를 보고 나는 깜짝놀랐다.
여기저기 하얀 반창코가 붙은 아빠의 라디오...

구두쇠아버지 다웠다.
하나사시지.. 그걸 기어이 고치셨던것 같다....


헤헤 하얀 반창코가 덕지덕지 붙어있던 그 아빠의 라디오...
지금생각해도 우습다.
0개의 댓글
책갈피 책갈피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