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불멸의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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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멸


깨어나라. 깨어나라 눈을 뜨고 일어 나라.
흙 속에 모든 생명의 혼령이여.
차가운 육신은 기쁨도 슬픔도
갉아 먹었다.
오직 기다려온 순간이다.
얼마나 애원하고 애원했던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앉았다. 좀처럼 신경은 팽팽해질 뿐 무언의
소리를 가닥가닥 흐트려 가고 있다. 손바닥은 식은 땀을 뱉어내 듯 딱아 내야만
했다. 목구멍은 저 기도 밑으로 마른 흙 냄새로 채워져서 수분을 말려가고 있다.
극도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상 한것은 창문 아래로는 사람의 그림자가
없다. 어디서 들려 오는 소리일까?
" 깨어나라. 깨어나라. 눈을 뜨고 일어 나라.
흙 속에 모든 생명의 혼령이여.
차가운 육신은 기쁨도 슬픔도
갉아 먹었다.
오직 기다려온 순간이다.
얼마나 애원하고 애원했던가!"
캄캄한 대기 속으로 천천히 나아 갔다. 형체도 파란 눈빛을 내쏘기 시작했다.
두려움을 잃어 버리고 천천히 끌어 당기는 미묘한 힘을 감당할 수가 없다.
입술은 끊임없이 읊조리고 숨이 턱에 차오른 음성으로 " 탓, 탓, 탓 " 하고 내뱉었다.
순간적으로 기다린 뱀의 껍데기처럼 기어 올라오는 혀의 너울이 꽈악 온 몸으로
조여 들었다. 빨려 나가는 ( 온 몸의 혈액) 느낌은 잠시 죽을만큼 고통도 없었다.
감각은 없고 그저 뭉퉁거려져 있는 껍데기의 잔여물이 부서져 있었다.
" 탓, 탓, 탓 " 가그락 거리는 혀의 움직임이 다시 살아났다.


부 활 - 저 주 -

작은 체구의 녀석은 도망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침을 우박만큼 나려 버리는
개뼛다구에게서 살아날 방법이 없다. 가진것이 라고는 "무식한 힘 " 앞에서
어떻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 작은 안경"은 "잔머리의
대가"답게 제안을 했다. " 알았어.... 그것만 구해오면 되는 거지. 할께! 할께!"
탈탈 먼지를 털며 자세를 바로잡는 개뼛다구는 싱긋 웃으며 " 이젠 넌, 내 친구"
웃으며 유유히 사라졌다. 약속은 " 우짜든동 매 주임선생님 집 주소였다."
머리단속 시간에 개뼛다구를 우짜든동 매 때렸다고 앙금이 남은 그 개뼛다구가
집 주소를 알아서 한번 죽여버린다고 복수혈전을 부루 짖었다. 그런데 왜, 나를...
그것은 "우짜든동 매 선생님 반장직함"이 내 재수의 활을 당겼던 것이다.

여러 녀석들에게 주로 범생이지만 상의를 했다. 결과는 자식들 다웠다.
"선생님께, 사실을 고해 바친다." 그것이 상담이라고 하고 "고생문이 훤히 열린
고등학생의 본분으로 돌아가자"고 가버렸다.
수업을 마치고 교문으로 나가는 "작은 안경"을 낚아 채가는 개뼛다구가 "주소는!"
"아직이야" 뒷 문으로 내려가는 곳으로 가서 "내일까지 기다린다. 아니면, 알지..
친구!" 주먹을 들고서 "친구!"를 한번 윽박지르고는 가버렸다.
"작은 안경"은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렸다. 태권도하는
삼촌에게 의지박약하지만 상의를 하러 간 것이다.

부 활 - 저주 편


교활한 여우


히히덕 거리는 패거리들 속에 유유자적 즐거움을 느끼던 개뼛다구는 돌연
어제의 급습도록 빠쁘게 다가오던 정체모를 살인적인 광기를 생각했다.
꺼질듯 공허하게 사그락 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눈앞을 가로막는 그것을
치우다가 끈적끈적이는 것에 압박당하는 공포에 눈을 뜬 것이다.
갈증난 목에 들이켜지는 물은 현기증을 나게 했다. 누군가 어깨를 치며 불렀다.
" 어이, 어떻게 된거야? 듣고 있는거야? "
" 뭐?...."
" 주임! 말이야. 왜 그래. 너, 이상하다 "
" 생각 했어... 미안해! "
개뼛다구는 중학교 시절부터 따라 다니던 패거들을 둘러보며 모든 것에 지겹단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깊은 곳에 스물거리는 다른 뜨거움이 용광로가 되어
활활 타오르는 것을 폭발해 버렸으면 싶었다. 심장은 두근두근 발광을 하며
타액은 계속 뭉처져서 식도를 타고 내려간다. 잊어 버리면 그만이다.
" 나. 먼저 들어 간다 "
" 야! 야! "
술렁거리는 소리는 이젠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이젠 안심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
덩치 큰 아저씨가 대자로 누워 있다. 콰악 밀려오는 알콜 냄새에 잠시 주춤 거린다.
그렇지만 이 분노는 무엇일까? 조용한 적막의 시간을 타고 흐르는 바람 소리가 들려
올 뿐 제 삼자는 보이지 않는다. 두 손을 덩치 큰 아저씨의 목줄기에 대고 잠시 있다가
끝까지 힘을 가하기 시작 했다. 동공은 크게 뜨지고 두팔은 허공을 가르고 점차 기진맥진한
아저씨는 죽었다. 쉽고 간단하게 처치 했다. 개뼛다구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등 뒤로 차츰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잊어 버린지 오래다. 등판에 조여드는
고통을 악으로 버틸 수 없게 되었을 때, 돌아 섰다. 그 덩치 큰 아저씨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사악한 웃음이 비집고 나온다. 두려움도 걷혀지고 있다. 돌아서서 개뼛다구는
"주임"을 찾아가는 자신의 발을 물끄러미 보고 걸었다.


또 다른 의문사 - 형체없는 얼굴-


태권도 도장으로 들어서며 "작은 안경"은 스스로 작은 위안을 얻었다. 열심히 바닥을 밀고 있던
큰 삼촌은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올리며 " 여! 범생이가 왠 일? " 그러고 껄껄 웃는다.
한심한 표정으로 짐짓 까칠한 수염을 만지며 " 너란 녀석은 항상 뜨뜻미지근 해서 그래! 결단은
언제 내릴거야! " 참으로 난감하다는 한숨을 뱉으며 " 아무래도 삼촌이 나설 자리가 아닌데..."
가방을 들고 일어서며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해서 가렵니다 " 하고 일침을 놓고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잠시 동안 바닷 속을 휘 젖는 너울이 멈춘 것 같은 고요가 숨을 막히게 했다.
" 좋다! 삼촌이 도와 준다! 하.하.하... 너의 도리도 알고 있겠지! " 휴우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안심을 하고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스쳐가는 사람에게서 소름돋는 한기를
느꼈다. 걸음을 더딜 수 없어서 한참을 그러고 서 있었다.

교문을 들어 서는데 왁자지껄한 기자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마이크를 들고 집중적으로 한 학생을
밀어 부치고 있었다. " 원한이라고 생각 한다고? 다른 학생들도 그렇게 때렸니? "
그 학생은 다행히도 선생님이 데리고 들어갔다. 수업은 자율학습으로 변해 버렸다.
" 야! 넌 알고 있지? 그 자식이 너에게 주임 주소 알아오라고 했지! "
" 알고 있으면 말해 봐! 어서..."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 작은 안경 "을 툭툭치며 또 다른 녀석이 말했다.
" 너! 모르냐? 어제 새벽에 박 주임 처참하게 죽었다고! 엄청 얼굴을 갈겨서 그런지 형체가
.... 그냥 육고기로 만들었다고 ... 정말 모르는 거야? "
" ...주임선생님이 죽어? "
" 할말이 없다? ... 야! 혹시 그 개뼛다구가 한짓일 껄...안그래! "
그 말을 뒤로 일학년 칠반 교실은 아수라장으로 난리였다.
진범을 알고 있다고 서로 고함을 지르는 교실은 한동안 시끄럽다가 으으렁거리며 들어 오는
그 진범을 향해 일순간 침묵에 빠졌다. 손가락으로 까딱거리며 " 작은 안경 "을 불렀다.
진지한 눈빛은 더욱 의자에서 일어설 수 없게 만들었다.


알리바이 - 누명 -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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