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마누라와 작은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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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빼바지에 쉐타를 입고, 고무신을 신고, 머리수건을 항상 쓰고 다닌
엄마와는 달리, 주름치마에 빼딱구두, 빨간루즈를 바르고, 살랑살랑
양옥집을 나와 어딜 가는 지 항상 궁둥이를 흔들면서 어디론가 갔다.
엄마가 남의 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그 아주머니가 어딜 가는 지는
몰랐지만 그 아주머니에겐 나보다 나이가 많은 막내를 비롯하여 아들둘과
딸셋이 있다는 것정도는 안다. 그리고 그 아주머니의 남편이 철공소
사장이었는데, 작은 마누라를 보고 나서부터는 아예 그집에 오지 않는 다는
것도 안다.
작은마누라가 생기면 돌부처도 돌아앉는 다는데, 그 아주머니는
어찌된것인지 남편의 그런 생활을 전혀(? 겉보기에) 나무라지 않았고,
순순히 이혼을 해 주었다 한다.
오히려 남편이 있을때보다 더 멋을 부렸고, 더 밝아졌고, 바깥출입이 잦았다.
그런 아주머니를 보고 동네에선 입방아들을 찧었겠지만 동네 아주머니들과는
거의 어울리는 일이 없어 귀에 들어가지 않았는지 그아주머니의
생활엔 변함이 없었다.
어디서 돈이 나오는지 애들에게도 최고급의 옷과 학용품을 안겨 줬으며
그 집 아이들은 가난하던 동네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운동회 날이면 그집 막내딸이 평균대위에서 기계체조를 하여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았고, 그 아주머니는 뽀얀 얼굴에 빨간 손톱을 하고서
교장선생님 옆에 앉아 호호 웃었다.
그 담이 높은 집안에도 해마다 목련꽃이 우아하게 피었고,
세련된 그집딸들 만큼이나 날씬한 붓꽃도 마당에 수북히 피었었다.
그렇게 살던 아주머니가 작년에 쓰러졌는데 서울 크다는 병원 다 다녀봐도
원인을 몰라 안타까워 하다가 마지막으로 굿을 해 보니 그 아주머니를
결혼시키면 낫는 다는 엉뚱한 점괘가 나와 다들 무시했었는데, 얼마전에 들으니
그 아주머니의 2년된 애인이 그 아주머니의 병수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더욱 아이러니인 것은 그 애인의 본처는 자신의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홧병을 앓기 시작해, 벌써 죽은지 십몇년이 되었다는 것이다.
난 여기서 또 엉뚱한 의문이 생긴다.
매력이 없는 큰마누라도 다른 남자의 작은 마누라가 되면 달라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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