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사랑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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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덜커덕 거리며 나주 평야를 달리고 있었다. 목련화는 마을입구마다 구름송이처럼 피어나서 그 풍요로운 꽃잔치를 일궈내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남도의 봄빛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였다. 나는 그녀와 함께 그 봄나들이 한 셈이었다. 그녀의 풋풋한 살내음과 나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기차 안에 넘쳐나고 있었다.
그녀는 말이 없었다. 다만, 나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어찌된 셈일까? 종시 분간할 수 없는 기차 여행은 목포의 유달산을 오르고 바다를 보면서도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단 한 마디를 하였다. '친구로 지내자'는 말이었다. 나는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과의 구별을 확실히 할 수는 없었다. 다만, 내 몸은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과의 구별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나와 만날 수가 없었다. 아니, 내가 그녀를 다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 오고 그녀가 곁에 있음을 느끼면서도 나는 그녀와 가까이 있을 수가 절대로 없었다.
세월이 근 2여 년이 흘렀다. 요즘도 그녀가 가끔씩 꿈에 보인다. 영혼 속에 아로새겨진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말한 친구라는 개념 속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다.
사랑의 아쉬움과 그리움의 두터운 침묵이 교차하는 인생의 한 굽이에서 나는 오늘도 분명히 살아 움직이며 그 사랑을 생각한다.

21. 3. 1.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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