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기다리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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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키운지 벌써 년이 넘었다.개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던 나로선 년이란 시간이 참으로 많은 걸 가져다 줬다.우선 가축의 개념을 벗어났다.가끔 허름한 동네 골목을 지나치다 햇빛도 잘 들지 않는 곳에서 더러운 밥그릇에 때처럼 눌러붙은 음식물을 놓고 무료에 지쳐 늘어져 있는 개를 보면 맘이 안됐다.당연하게? 지나쳤던 나였지만 개가 참으로 많은 걸 생각하고 ㄸ도 얘깃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부터는 작은 일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개도 생각을 한다.또 얘깃거리도 가지고 있다.많은 경우,개는 그것을 사람과 나누고 또 공유하고 싶어 한다. 때로는 장난으로,때로는 밥투정으로,때로는 산책을 하면서......저보다 작은 아이들을 볼라치면 짐짓 허세를 부려 무시하기도 한다.자신이 대하는 사람들의 서열은 일ㅉㅈ지감치 꾸ㅞ고 있다는 거다.사람들은 개하면 으례 강아지를 떠올려 앝보지만 말이다.
나는 요즘 우리집 깜순이의 한없는 해바라기를 바라보면서 잠깐씩 생각에 빠져든다.백수라서 나와 있는 시간이 여느 사람보다 많은 깜순인 하루에도 열댓번은 해바라기를 한다.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소리가 날때마다,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정확도가 높을때 늘어져 있던 쇼파에서 훌쩍 날아 거실바닥에 엉덩이를 앉치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현관을 응시한다.잠깐이지만,열심히 귀기울이는 모양이 영락없이 그리스의 어느 조각상이다.미동도 않는다. 얼굴엔 진지함이 묻어난다.금시라도 반가움을 표시하려는 듯 상기돼 있다.거의가 아쉬움을 남기며 고개를 돌리는게 다반사이지만(밤늦게 오므로) 그럴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바쁜 생활에 ?i겨 정신없이 살아갈때 그래서 집생각이라곤 하지도 못할때 누군가 나를 기다려준다는 거 ....살뜰한 마음으로 온전하게.
무엇이, 저 말도 못하는(인간의 견지에서) 털복숭이 미물( 잘난 인간의 견지에서)이 이토록 시간을 목메며 기다리게 하는지.....따습고 생기있는 눈을 갖게 하는지........
사람과 개는 많이 닮았다.유일하게 꿈을 꾸는 종족들이다. 정도 많다. 나눌 줄 알고 아파할 줄 알고 그리워 한다.나이가 들어감에 연륜도 생긴다.길들이면 책임을 질 줄도 안다.
기다릴 줄 아는 건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해바라기하는 개의 눈은 정직하다.내가 사랑을 베푼만큼,대개는 그 이상도 베풀줄 안다.내가 개를 사랑하고, 또 가족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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