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금연일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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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일기 (1)



『이런 담배도 내 마음대로 못 피우나』



지금의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2년쯤 되었을까
그러니까 쫄병 시절 이였어 총각 때
부서 내 상관과 현장을 가야할 일이 생겨나 우리 부서 전용 ?B
운전기사께 연락해 두고선 현관에 먼저 나와 상관을 기다리는데
분이 넘도록 오시지 않기에 담배한대 꼬나 물었지
두어 모금 피웠을까 싶었는데 상관께서 내려 오셨어

얼른 ?B 앞좌석으로 안내하고 난 뒷문으로 올랐지


그런데 미처 담배를 끄지 못하였어
현관 주변에선 꽁초 버릴 곳도 마땅찮았고
어쩔 수없이 엉거주춤 담밸 손에 들고 있을 수밖에
생 연기만 태우면서

그 ?B의 뒷자리엔 재떨이도 없더구나
그렇다고 앞자리의 상관에게 담뱃불 꺼 달랠 수도 없는 처지이고 보니
머쓱해 지더구나


운전기사는 담배냄새를 맡더니만
뒤를 돌아보면서 험상궂은 얼굴로 뭐라고 한소리 했었지 내게
난 미안하다는 말 미처 못했지만
속으론 미안감을 느끼는 중인데 그런 소릴 들으니
화∼악 돌아 버리겠더구나
불끈하는 심정에서
『이런 담배도 내 마음대로 못 피우나』

성질 난 김에
연청색 고무 깔판 위에다 담배를 구둣발로 비벼버렸지
새까만 자국이 생길 수밖에
기사 그 친구는 원래 깔끔한 성격이라 차안이 언제나 깨끗하였어
그런 성정이고 보니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옆자리의 상관만 없었더라면 싸울 기세였어
『빨리 갑시다 바쁘니까』
그 친구 어쩔 수없이 출발했지 목적지로
담배 한 대도 다 못 피울 짧은 거리



출장지에 도착하자마자
그 친구 재빨리 내려 차 뒤쪽으로 돌아와
구부정하게 내리는 내 멱살을 잡았어
나도 잡을 수밖에
서로 멱살 잡고 흙바닥을 뒹굴었어
이놈 저놈 해 가면서
놀란 토끼 눈으로 바라다 본 상관께서는
『이놈들이 이 뭐 하는 짓들이고』
그때 상관이 안 계셨더라면 대판 싸웠을 거야 아마
그제 서야 둘은 흙먼지 털고 일어나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지

상관과 현장일 끝내고 돌아와
두어 시간 지나니
나를 찾는 사람이 있었지 만나자 면서
만나보니 그 친구와 다툰 것이 벌써 소문이 쫘악 나버렸더구나
만나자는 사람은 이른바 중재자였어
중재자는 그 친구와 동창관계였으며 나와도 잘 아는 처지였지
그 친구에 대하여 자세히 알려 주면서
나 보담 나이도 두어 살 많고 선배 격이니 먼저 사과하라는 암시였어
젊은 광기에 먼저 사과할 뜻 없음을 내 비쳤더니
중재자 또한 눈치 있게 둘 동시 사과하는 쪽으로 재치 있게 하더구나



둘은 악수를 나누면서

『 미안하게 되었소 』
그 친구는
『 괜찮소 』
그날 이후로 둘은 예를 갖추어 서로를 대하였다


잘못은 분명 내게 있었음을 난 알고 있다
그 친구에게도
내 상관에게도


그 친구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개인택시를 얻어 퇴직하셨고
그 상관께서는 명예로운 정년퇴임을 몇 년 전에 하셨지
두분 모두 좋은 사람들 이였어



담배는 때와 장소를 가려 피워야 함을 배운 거야
여태 까진 그것을 대체로 잘 지켰다고 믿어
내가 나를



금연 한 달째
21.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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