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금연일기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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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일기 (1)

SUN 과 거북선

입대 후 첫 휴가를 즐기고 귀대를 하루 앞둔 날
어머님께선 떡을 얼마나 하면 될지를 물으셨다
『떡은 무슨 떡을... ?』
『이이구 야야 우째 빈손으로 갈끼고』
『요새 떡 안 해가요 그냥 내가 알아서 할께요 』
난 손에 뭘 들고 다니는 건 좋아 않거든
얼마간의 돈을 요구했지
얼마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가기 싫은 곳이지만 되돌아갈 수밖에
그래서 탈영병이 생겨나지 않았나 싶었어

부대 가까운 상점에 들여 SUN 과 거북선을 샀지
SUN과 거북선은 담배이름이야 그 때의 고급담배
육십갑 정도를 산 것 같아 귀대 선물쪼로
얼마나 좋아 가볍고 간편하고
위병소와 대대본부에 귀대신고 후
주의를 살피니 나를 바라보는 눈들이 이상함을 느꼈어

휴가 기간 중 전출명령
맥이 탁 풀렸지
내무반에 돌아와 짐을 꾸리면서
사들고 온 담배가 거슬리더구나
이곳 부대원에게 나누어주어야 하나
아님 새 부대에 가서 인심이나 쓸까?
그것도 고민거리였지
결론은 새 부대에 가서 인심 쓰기로
나를 내 보낸 부대에 무슨 미련이 있다고

따올빽 하나 달랑 매고 찾아가니
흙바닥에 천막 막사가 맞이하더구나
처음 보는 얼굴들
전후 사정을 알아보기 시작했었지
내 위 고참은 누구며 아래로는 누군지를
위로는 3개월 고참 3명
아래론 1개월 반 늦은 후배 열명
그런데 동기생은 나 혼자
암담하더구나

그 때의 내 군번(계급)으로는 식사당번 할 시점 이였어
식사당번이란
식사 때마다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을 배급받아 와서는
부대원들 에게 배식하는 일 식사 후 잔밥 치우고 식기 닦는 일
참으로 하기 싫은 일이지
동기가 없는 나로서는 내 위치 확보를 위해 스스로 나서야 했다
열명의 후배를 휘어잡아야만 내가 온전할 수 있기에
위로 세분의 선배에게 양해 구하고
열명의 후배를 집합시키고선
일장 연설을 했지
서로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함을 주지시키고
내 고참임을 그리고 막 먹을 생각해선 안됨을

연설 끝내고
SUN 과 거북선을 열명에게 골고루 나누어줬어
선물에 약한 것이 사람이거늘
좋아하는 표정을 읽고는 다시 강조했지
나 혼자라 해서 범하지 말라고
그중 한 친구의 표정이 남달랐지
그래 저 친구만 잡으면 되는구나
그 친구 따로 불러 또 다른 방법으로 다스렸고
그후론 한사람씩 개별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담배의 힘을 빌어 내 지위를 확보한 거지

그로 말미암아 식사반장이 된 거야
식사반장은 직접 식기를 세척하지 않았거든
그들을 인솔만 하면 되니까
대단한 권력(?)을 얻은 거지
겨울에 더운물 없이 식기 닦는걸 생각해봐
여름 오침 시간에 식기 닦는걸 생각해봐
새 부대의 막사가 완성되기까지
식기 닦으려고 1키로 정도 떨어진 하천까지 가야 했으며
물론 그곳에서 물까지 길어와야 했으니............

새 부대에 오기 전 난 대대본부 병사였어
그런 대로 군 생활 편안하게 보내고 있었지
휴가 중만 아니였어도 말단 소총병 신세는 면할 수 있었는데
내 휴가기간 중
육군 보병부대의 편제가
연대 산하 3개 대대에서 개 대대로 바뀌는 통에......
소총병 초기시절 힘 좀 들었지 견디어 내느라고


21 . 21
금연 7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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