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남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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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아내가 미워질 때 당신은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라.
하얀 병실 한 귀퉁이 허름한 침대 위에 아내가 누워 있다.
아주 쓸쓸히.
그렇게 건강해 보이던 아내에게 불행이 닥친 것이다.
한순간 가정의 균형이 깨지고 당신에겐 절망이 찾아온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당신은 고독으로 몸부림쳐 보지만 시간은 결코 당신을 동정하지 않는다.
아주 냉정히 아내와의 이별을 서두를 뿐이다.
힘겹게 잠든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지난날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많은 시간들을 함께 했으면서도 못 다한 이야기들이 우리에겐 왜
그리도 많은지.
그렇게 듣기 싫었던 아내의 잔소리가 애잔한 그리움으로 젖어든다.
이런 일이 있기 전 우리에겐 무한한 시간이 남아 있는 줄 알았다.
서로에게 상처 입히는 데 허비한 시간 만큼만 우리가 좀더 시간에 대해
깨어 있었더라면,
좀더 사랑하고 좀더 아껴 주고 좀더 많은 시간을 서로의 가슴속에
기쁨으로 심어줄 것을.
아내에게서 삶이 떠나가려고 할 때 당신은 비로소 깨닫는다.
그 동안 자신의 삶 전체의 버팀목이 되어 왔던 아내란 존재의 그 무게를.
온몸의 피가 다 어디론가 빠져나간 듯 힘이 빠진다. 모든 것이 허탈하다.
비록 상처의 기억뿐이긴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걸어왔던 그 길을 돌아보며
당신은 눈시울을 붉힌다.
그것이 바로 행복이었음을, 당신 삶에 주어진 유일한 행복이었음을.
이제 혼자서 가야할 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내게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내를 위한 온전한 시간이.
하지만 시간은 묵묵히 내달릴 뿐이다.
아내와의 이별, 그 순간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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