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새벽 1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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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9분.
하나의 모자람을 지닌 지나친 덩어리.
1인치 모니터를 다 채우지 못한 공간.
무엇이 얼마만큼 더 채워질지 모르니 이것의 이름을 여백이라 단정키엔 모자람이 더욱 크다.
연이어질 자음과 모음의 조합을 재촉하듯 깜빡거리는 세로줄의 커서가 점점 더 크고 빠르게 숨을 쉰다.
마치 동공이 그 세로줄에 숨어 있어 그의 호흡 안으로 나의 숨을 한웅큼씩 훔쳐가고 있는 듯하다.
손끝에서부터 관자놀이를 압박하는 조급함이 그 커서에 살아있다.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그놈의 조급함은 어느새 가슴 위를 짓누르다 단전을 타고 허벅지를 지나 발끝으로 재빠르게 지나간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이리저리 발가락을 움직여보아도 그놈의 형체는 알 수가 없다.
아날로그 시계 바늘은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같은 속도와 소리로 반복적인 기계음을 만들어 낸다.
언제부터 저녀석이 저리 뛰어난 절도감과 규율로 내방을 온통 휘집고 다녔었단 말인가.
늘 존재하고 있었으되 그의 존재를 깨닫는건 언제나 이런 새벽에야 가능하다는건 또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무엇엔가 이름을 붙여 불러보기엔 너무 늦은 시간인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 것들의 위치로 돌려 세우기엔 너무 이르기도 한 시간.
하나의 모자람을 지닌 지나친 덩어리.
새벽 1시 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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