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세요
가로등 아저씨가 싫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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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등 아저씨가 싫어하는 것



아웅~ 심심하네요. 부지런히 친구들한테 갔어요. 오늘은 너무 심심해서 친구들하고 재밌게 놀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이죠. 쿠쿠쿠 … 가로등 아저씨한테 연필심 놀이를 하자고 할 생각이에요. 가로등 아저씨는 다리가 짧아서 항상 금을 밟고 말거든요. 승리는 이미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죠. 가로등 아저씨는 매번 지면서도 졸라대고 이리저리 구스르다 보면 그 조그만 주먹을 부르르 떨어가며 ‘오늘은 꼭 이기리라’며 외치거든요. 안 믿긴다고요? 그럼, 절 따라오세요. 정말이란 걸 보여줄께요…


[가로등 아저씨] 허거걱 …연필심은 시러여…
묵찌빠나 하는 게 어때염?
연필심만 하구 … 질리지도 않아여???


매몰차게 싫다는 말을 못하는 가로등 아저씨에게 미안했지만 저는 눈을 꼭 감고 계속 도리질을 했어요. ‘아웅~ 싫어요!! 연필심 해요!!! 게 잴 재밌단 말에요 … 연필심 할 때 아저씨가 얼마나 터푸하게 보이는지 모르져!!!! 뱃살도 빼야 하잖아요 … 웅웅웅 … 혼자 하면 재미 없단 말이에요 … 우림이 아줌마가 아저씨 배나왔다고 맨날 발로 찬다면서요!!!!’


[달님] 헐 ~~ 점점 사악해 지는구나 ~~ 넌


달님은 연필심 못 하잖아요!!! 편들어 주는 달님을 떼어 놓기는 생각보다 쉽답니다. 저 정말 사악하져 … 쿠쿠쿠


[별님] 제가 노래 불러 드릴께요 … 그럼, 덜 심심할꺼에요.


웅웅웅 … 시러여!!!
저도 모르게 가로등 아저씨 말투가 나와버렸네요. 어째든 저는 울 기세로 땅바닥에 털썩 앉아 버렸어요. 쿠하하 … 저의 연기가 리얼했나봐요.


[가로등 아저씨] 아… 알았어염!! 같이 놀아 줄께여 …
울지 마염.


헤헤헤 … 금방 웃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네요. 조금 더 훌쩍거려야 하는 건데 … 달님의 째림이 못 때12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봤죠? 제 말이 맞잖아요. 헤헤…

대신에 연필심은 가로등 아저씨 좋을 대로 그리세요. 망설이고 있는 가로등 아저씨에게 말해주었어요. 그러자 가로등 아저씨의 얼굴이 펴지는 군요. 성큼성큼 뛰어서 나뭇가지를 주워오더니 땅에 닿은 시선이 자못 진지하네요. 어떻게 그리면 유리할지 연구중인가봐요… 그래 봐야 질게 뻔한데 … 이젠 쪼그리고 앉아서 땅에 시선을 떨구고 있네요.


[달님] 정말 ~~ 할꺼야? 또 질거면서 ~~


[가로등 아저씨] 그래서 생각중이잖아염 … 잘 그리면여 …
이번엔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잖아염 …
움 …


[별님] 음 … 가로등 아저씨!!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가로등 아저씨] 핫~ 어떻게염? 좋은 생각이라도 났어여???


대단한 호들갑 이네요. 저도 별님이 생각해 낸 것이 궁금하긴 했지만 가로등 아저씨만큼 발을 동동 구를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별님] 가로등 아저씨는 발은 큰데 … 다리가 조금 짧아서 문제
잖아요 … 그러니까 가로등 아저씨의 발크기 만큼 칸을
그리면 뛰지 않아도 되잖아요 … 다리가 짧아도 닿을테구
요.


헉!! 어떻게 그런 생각을 … 별님은 천재군요. 가로등 아저씨가 기쁨의 비명을 지르더니 엉터리 가사 말을 흉내내며 노랠 부르네요. 오늘만큼 별님이 미워보인 적은 없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별님을 한껏 째려봐 주었지만 달님은 잘했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거 있죠. 혼자 악역(?)을 맡은 것 같은 억울함에 소리내어 울어 버렸어요.


[가로등 아저씨] 엉? 왜 울어여??? 울지 마여~~


가로등 아저씨의 조그만 손이 어깨에 느껴졌지만 저는 더 소리내서 울었어요. 속으로 그만 해야지 했지만 … 그게 안됐어요. 너무 바보 같지 않아요? 맘먹은 대로 행동하지도 못하다니 말이죠.


[가로등 아저씨] 울지 마염 … 일루 와봐여 ~~ 연필심 그린 거
봐줘야지여~~


울음을 그친 저는 쪼그리고 앉은 채로 땅바닥에 고개를 떨구고 있었어요.


[가로등 아저씨] 왜 … 왜여? 맘에 안들어여?? 다시 그릴까여…


우아아앙~~ 더 크게 울어 버렸답니다. 어쩜 … 저는 정말 작은 악마 인지도 모르겠어요. 엄마의 말 처럼 말이죠. 달님과 별님이 놀라서 저의 어깨를 감싸주었지만 … 가로등 아저씨 때문이에요!!! 라고 소리쳤어요.


[달님] 왜 그런 거야~~ 이봐 ~~ 가로등 ~~ 무슨 짓을 했길래~~


[별님] ???????????


[가로등 아저씨] 저 … 그냥여 … 재미루 그린건데 …여 …


가로등 아저씨는 더듬으면서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달님과 별님은 기다리지 못하고 가로등 아저씨가 그린 연필심을 보기위해 아래로 쑤욱 내려왔어요.


[달님] 헐 ~~ 이거 때문에 ~~ 우는 거야? ~~


[별님] 왜 우는 거에요? 가로등 아저씨가 아무리 그림 솜씨가 없
다고 해도 … 울것까진…


제가 가리킨 땅에는 가로등 아저씨가 그린 이쁜 연필심과 멋때5212 가로등과 차칸 베니라는 글이 써져 있었어요. 그리고 우수꽝스럽게 그려진 가로등 하나와 못된 여자아이 하나가 그려져 있군요. 떼만 쓰는 제가 뭐가 착하다는 거죠? 너무 미안하잖아요. 심술만 부렸는데 … 차칸 베니라니 … 못된 악마라고 쓰면 계속 재밌게 놀 수 있을텐데 … 혼내는 것 보다 더 꾸중하는 것 같잖아요. 웅웅웅… 이런 식으루 복수(?)를 할 줄은 몰랐어요.

복수라고 생각하는 제가 더 나쁜 애가 때12네요. 가로등 아저씨는 저를 못 그려서 우는 줄로만 알고 있군요. 커다란 신발로 벅벅 지우더니만 끙끙거리며 인형을 그리고 있어요. 후때212 정말이지 미워할 수 없는 가로등 아저씨라니까요.

미안해요 … 가로등 아저씨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저 좋으라구 매일 연필심 하자고 고집만 부리고, 못된 행동만 하니까요.


[가로등 아저씨] 내가 잴 싫어하는 건 그게 아니에여 …

에? 더 싫어 하는 게 있었어요?


[가로등 아저씨] 잴 싫은 건 … 잊혀지는 거에여.
달님도 별님도 … 제겐 소중한 친구들이 절 잊
는거에여. 절대로 … 잊지 마세염 …
그럼, 울지도 몰라여!!!!


헤헤헤 … 가로등 아저씨가 울다니 … 상상이 안 가는데요 ^.^

잊지 않아요. 저도 달님과 별님과 가로등 아저씨가 절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절대로 … 그런 일이 없었으면 … 항상 저를 생각해 주는 이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지요? 제가 부럽다구요?
헤헤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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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점점 유치해지는 느낌이 ...
헤헤 ... 동화도 쉬운 건 아니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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