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런 인생, 저런 인생 많은 세상일들 소설로 남겨주세요
슬픈이들의 사랑-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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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은 집에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집을 혼자서 들어가자니 너무도 쓸쓸했다. 하지만 어차피 익숙해진 생활이었다.
진혁은 옷을 갈아입을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침대 위에 누웠다. 그리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곧 불꽃을 부르는 마찰음과 함께 어두웠던 방안이 잠시 환해졌다. 그러나 그 불빛도 꺼지고 방안에는 담배 끝에서 빛나는 빨간 불꽃과 온갖 더러운 것을 가득 담은 담배연기만이 자욱히 남았다.

미연은 방안에만 있었다. 모처럼 주어진 휴식시간이었지만 나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저 방안의 구석에 박힌 채 발가락이나 만지작거리며 최대한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딩동-
미연은 갑자기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매우 겁에 질린 표정이 되었다.
"누, 누구세요?"
미연은, 오히려 듣는 사람이 놀랄 정도로 큰소리로 물었다.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나다, 상무."
미연이 나가는 클럽의 고릴라 상무였다. 미연은 일어서서 문을 열려고 하면서도 선뜻 문을 열지 못했다.
"저, 정말 오빠야?"
"그래."
미연은 그때서야 문을 열고 상무를 집안에 들였다. 상무는 어두운 표정의 미연을 주시하고 있다가 손에 들고있던 꽃을 건네주었다.
"표정이 별로 좋지 않구나."
"왠일이야?"
"우리가게 최고의 퀸께서 아프시다는데 와봐야지."
미연은 잠시 웃음을 띄웠다. 하지만 이내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미연과 상무는 그저 커피만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런 대화도 오고가지 않는 침묵 속에서 상무는 미연을 위로해줄 말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상무는 시간을 확인한 뒤 일어났다.
"그래...나 갈게. 기분 전환도 좀 하고 그래라."
"그래, 알았어. 오빠, 잘 가."
상무는 미연의 집을 나섰다. 아까 미연의 집에 오기 전에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지금도 그랬다. 하지만 그 느낌이 무슨 느낌이며 무엇을 뜻하는지는 상무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상무는 보통 때의 출근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게 클럽에 나왔다. 하지만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상무에게 늦게 온 이유를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어차피 클럽생활이란 것이 서로의 일을 자세히 까지는 알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상무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야한 옷차림을 한 클럽 여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클럽이라는 중간개체가 없었다면 서로 알지도 못했을 사람들이었다.
"나, 오늘 미연이네 집에 갔다왔다."
상무의 짧은 한마디에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선희였다.
"미연언니는 어때?"
"몰라...뭐가 그렇게 불안한지...앞으로도 며칠간은 못 나올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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