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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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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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와야 할 봄 바람이 아직은 차갑게 느껴진다. 겨울내내 야위었던 저 가지들이 얼마나 더 야위어야 사는지...살아 있다는게 모두
거짓처럼 보였다. 그런 나 또한 저 야윈 가지 위에 목메어 사는건 아닌지... 내가 살아온 길들을 자꾸만 뒤돌아 보게끔 하였다.
어쩌면 그렇게 집에 가는 길이 멀지 않았지만 가능한 멀게만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무거운 생각들로 자주 가지않던 길로
발길을 돌리며 나에 끝었는 미로 찾기를 시작 되였다. 그 시작에는 집에 계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있었다. 어제처럼 술에 취하신 모습
그대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으신채 웅크려 계실 것이다. 그 모습이 내 앞에 떠오를수록 나에 발걸음은 더디어 지고 미로 찾기는
막다른 골목으로만 몰렸다. 그렇게 아버지는 딱 한달여만에 소식도 없으시던 출장에서 돌아오셔서 기다림에 지친 야윈 가지들에게
더 야위신 모습을 보이셨다. 오가는 말도 없이 덮수룩 하게 쌓인 아버지의 수염은 침묵을 뜻해 보였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마져 어색
하게 느껴지셨는지 고개를 돌리셨다. 너무도 초라하게 변하신 아버지에 모습에 나에 미움이 투명하게 번져갔다.. 하지만 기다렸던 마
음과 그리움은 미움보다 더 컸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또한 언제나 변함이 없었기에...

우리 아버지께서는 남들이 속히 말하는 '노가다' 또는 '막노동'이라고 하는 건축인부 셨다. 그 사실이 처음에 얼마나 부끄럽고 피하려
고만 했는지.. 어렸을적 꼬리에 꼬리를 물며 아버지의 직업을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렸다.
"아버지 뭐하시니?" .."보수가 어느정도니?".. 사실대로 내가 말하다면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것이란걸 어릴때 부터 너무도 일
찍 잘 알았다. 그러나 어느날 친구들과 하교길에 아버지와 만나게 되었다. 삐뚤게 쓰신 모자에 뿌옇게 내려앉은 먼지와 땀.. 그속에 아
무렇게나 헝클어지신 머리결... 검게 아니 붉게 타버리신 피부...한쪽손에 드신 가방에 수를 헤아릴수 없이 어지러이 섞여있는 못과
망치들.. 나는 도망치고 싶었고 혹시나 내 이름을 부르시지 않을까 걱정되어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내 이름을
부르시지도 눈길을 보내시지도 않으시고 한번도 마주친적이 없는 사람처럼 내 곁을 지나치셨다. 그때는 아버지의 뒷 모습을 미쳐 보지
못했었다. 모두가 초라하다고 말했어도 내게는 너무 넓었던 뒷모습이라는 것을.....
그런 내가 아버지를 이해하고 존경하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의 일터에서 였다. 그날은 일요일 아침. 아버지는 항상 보이지 않는 시계를
몸 속 어딘가에 지니신것처럼 단 한번도 시간을 어기시는 법이 없시 새벽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일터로 나가셨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그 어떤 일보다 힘들다고 여기는 나에게 비춰진 아버지의 모습은 내가 아직어리다는 것보다 아버지가 한없이 커보인다는 것을느겼다.
그리고 내가 학교에 늦지 않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맞추어 주시는 자명종... 그 자명종이 울릴때마다. 아버지의 사랑이 온몸 가득히
힘을 주셔서 온몸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아버지와 함께 간곳에는 하늘을 찌를듯이 높게솟은 철근과 콘크리트더미
들등 여기저기 둔탁한 소리에 움직임이 끝이지 않았다. 소나기를 맞는 듯이 땀을 쏟아내는 사람들 그 틈에 아버지의 모습도 보였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흠뻑 땀을 쏟아내고 계셨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지치고 고달픈 표정이 아닌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라고 얼굴로말하시는 것처럼 환한 미소로 일을 하셨다. 무겁게 보이는 벽돌도 가볍다며 다른 사람들 보다 많이씩 들으시고, 쉬는 시간
에도 삽을 놓지 않으셨다. 그때는 어렸을때 인지 몰라도 아버지의 행동이 모두 이해가지가 않았었다. 모두다 이렇게 힘들어 하며 기피
하는일을 하시면서 즐거워 하시는 건지 내가 물을 때마다 나를 위한것이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기만 하셨다. 그렇게 아버지는 언제
나 가족 모두를 위해 묵묵히 항상 그 자리에서 누구보다 더 최선을 다하셨다. "처음에는 보기 흉해도 사람들에 피와 땀으로 나중에 걸
작품이 나오는게 이거야..이것도 하나에 예술이야..이런걸 내가 빠지면 누가하겠니.." 하시지만 아버지의 꿈이 원래는 '화가'였다는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는 왜 꿈을 포기하셨을까? 그 이유를 물을 때에도 아버지는 미소만 보이셨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화가는 물리적으로 풍족해야 할수 있다는 현실상으로 어쩔수 없다는 것 보다도 아버지가 지금 그리고자
원하신것은 가족들의 꿈이 였다는 걸 나는 아버지를 볼때마다 느낄수가 있었다.
언제나 엄마가 없는 그 빈자리까지 채워 주시려고 새벽에 나 와 누나 도시락을 싸실 정도로 애쓰시던 아버지.. 내가 잘못을해도 꾸지
람 없이 내가 스스로 뉘우칠 때까지 바라만 보시던 아버지.. 매일 무겁게 사시며 나 또한 아버지의 그 지친 어깨에 짐이 되는 건 아닌
지.. 생각 할때쯤이면 내색도 하지않으시며 뒤돌아 서서 누구보다 더 힘들어 하신 아버지.. 내 아버지..나는 그때서야 아버지에 대해
모든걸 알수 있었다.

아버지에 기억들은 더디었던 나에 발걸음을 다시 재촉 하였다. 집 근처에 있는 약수터에서 차가운 냉수를 받으며, 약국에서는 파스를
샀다. 예전처럼 다시 일어서실 아버지를 위해.. 나 와 가족 모두는 믿고 또 믿고 있다.
그렇게 나에 미로찾기 끝에는 항상 아버지가 두 팔 벌려 활짝 핀 가슴과 미소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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