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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유리병 속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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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속의 비명

오늘 밤의 이 눈물은 당신의 사랑이 떠난 것이 아니란 걸 압니다
그저 못 다한 한마디를 마음속에 움켜지고 날아가지 못하도록 애원하니
그대의 파란 마음에 내 붉은 심장이 녹아내려
이슬을 맺히게 할뿐이니 아무말 마십시오
내일은 친구의 이름을 불러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한마디 마져 떨구어질까 두렵습니다

깊은 밤 붉은 창가에 그대 얼굴이 비쳐 나옵니다
길게 내려앉은 생머리 그 맑은 눈빛이
미련의 그림자가 되어 창밖으로 새어 나오려 합니다
사랑을 어기려고 어제의 만남을 추억으로 삼으려하는
그대 힘든 모습에 겸허해지는 내 자신이 한숨을 쉴 뿐입니다
이젠 그 모습이 친구의 눈물이 되어
희뿌연 담배 연기 속에 묻힌 내 시선을 그을리며 선명하게 다가오겠지요

오늘 밤이 지나서야 그대가 달을 보며 나의 눈을 헤아린다해도
원망치는 않겠습니다
지금은 작은 유리병을 내게 두고 떠나가야 하니까요
그날이 올 즈음
구름 위의 나의 눈을 지켜보는 별들과 함께
유리병 속에 갇힌 내 눈물을 사랑이라 이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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