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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내 마음의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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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안식처

코발트 빛 하늘가의 회색 구름이
뿌연 연기 품어 대며 운행을 하니
옷소매에 내려앉은 뿌연 연기는 오염된 지상의 부정의 축제.
정해진 궤도를 빙빙 도는 인간들의 뒷모습엔 태초의 울림보다
더욱 큰 굉음이 있고, 무한한 공간을 좁히는 無知의 소리들은 귀기울여
들어야 할 소--리를 삼킨다.
작아지는 내 모습에 反旗를 들고 걷어올린 소매 밑의 희망의 팔뚝.
또다시 다가오는 희미한 숨결이여!
내 가슴속에 소녀가 숨을 쉬고 초록으로 물들인
안식의 아침이 있다.

소녀여!
너를 안는 순간 나에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포근함이 밀려온다.
나뭇가지 둥지에서 교태를 부리며 배를 깔고 있는 어린 새의 한가함과
나른한 오후, 호수 위에 떠 있는 백조의 느긋한 자태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과 먼 곳의 동경.
너의 머리카락은 나의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정도로 충분하며
그 사이로 햇빛이 비추어 내 이마 위에 줄을 긋는다.
조금한 평화의 감옥이여. 바람에 날리는 창살이던가!
주춤거리며 물러서는 너의 얼굴엔 여린 소녀의 수줍음이 투영되고
나를 닮은 모습에서 또다른 안식을 찾는다.

먼 곳에서 나를 부르는 조용한 사랑의 외침을 듣는다.
과학의 이기로 그대의 숨결은 나에게 전달되고, 전화선을 비비꼬며
웃음 짓는 표정을 떠올리며 너의 숨결을 삼킨다.
너의 음성 나를 닮아 메아리치며 쉴새없이 달려오는 언어의 조화.
한아름 품에 안은 초록 구슬을 하나씩 토해 내듯 보내는 음성.
정성으로 주워담아 실에 꿰어서 머리맡에 한웅큼씩 걸어 놓으면
너의 웃음, 너의 음성 초록이 되어 날마다 맞이하는 초록의 아침.
그 빛에 눈이 부셔 눈을 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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