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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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오지 않음을 알기에
그댈 이렇게 기다립니다

그댈 기다린 게 나만은 아니었는지
비를 뿌린 하늘, 퍽이나 심술이 났나봅니다
우두커니 선, 이젠 거뭇하게 비 먹은
앉기엔 너무 슬퍼져버린 벤치위에
가만이
내 맘의 홀씨가 내려앉습니다

그대가 못내 오지 않아도
홀씨는 뿌리를 내리겠지요
때론 희망을 뿌리에 갈무리하고
때론 그리움으로 꽃을 피우겠지요

언젠가
두시간의 기다림이
이십년의 그리움으로
벤치를 뒤덮을 그 때

그대가 우연히 지나다
설핏 보아주기만 한다면
세상은 하얗게
따뜻한 겨울이 되겠지요

그렇게 홀씨는
기다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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