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멈추지않는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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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바다는 울기만했다.
바다는 울어 울어 슬픔을 심연 속에 묻어 버리고
조용히 울기만했다.
바다는 울었다.
눈물이 말라가면 허파를 까뒤집고
허연 슬픔을 잠시 보이다 또 그렇게 울기만 했다.
바다는 눈물 속에 하늘을 담고 영원히 맞닿을 수 없는 운명에
조용히 울어야 했다.
바다는 언제부터인가 기도를 시작했다.
하늘을 한번만이라도 만져보고 않아볼 수 있게 해달라고.
바다는 그렇게 수십 억년의 세월을
오직 하나의 처절한 비원으로 일관해 왔다.
이제는 멍들어 버린 검푸른 가슴과 까실한 살갓만이
그의 슬픔을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하늘은 슬퍼하기만 했다.
기나긴 슬픔을 회색빛 베일 속에 감추기도 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바다에게 슬픈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해맑은 코발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바다가 그리워 견디기 힘들 때는
운명을 거역한 채 엉거주춤 손을 뻗어 바다에게로 향하지만
시새움 많은 산봉우리에 여지없이 붙잡혀 버리곤 했다.
하늘은 언제나 슬픈 모습이다.
미어지는 그리움을 접고 태연한 척 미소를 보여도
바다는 알고 있다.
그 처절한 목메임을. . . .


절대자는 당신의 경륜을 굽히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이 사랑하던 님을 영원한 無의 세계로 떠나 보낸 후로
어떠한 피조물에 대해서도
이성 간에, 특히 사랑하는 연인 간에는
좀처럼 그 만남을 쉬이 허락하지 않기로 했던
그 질투 섞인 경륜을 끝내 재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의 슬픔을 바다에게,
바다의 눈물을 하늘에게 안겨 주어
하늘의 눈물로 바다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야 말았다.

하늘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릴 때
바다는 춤을 춘다, 잔잔한 흥얼거림과 함께.
하늘과 만나는 바다는 그렇게 해맑을 수가 없다.
몸 전체로 웃고 몸 전체로 하늘을 안는다.
바다와 만나는 하늘의 표정은 잘 알 수가 없다.
회색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기쁨의 웃음을 참아 내지만
가끔은 자신도 모르게 그리움의 응어리를
그 어떤 형언할 수 없는 포효로 토해낸다.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분노의 고함 소리 같기도 한
하늘의 포효는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슬픔이 배어 있다.

하늘이 바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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