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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사랑해 V (겨울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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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12. 7:25 사무실에서

가을이면 쉽사리 한기를 느끼는 나는
겨울을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넘을 자신이 없다.

매캐한 낙엽 태우는 연기를 쐬며
그러그러 아이들 몰려 다니는 소리를 듣고는
기껏 반가운 소리라곤
밥달라는 소리...
오후 밥때가 지났음을 알게된다.

매운 그놈의 연기탓에,
사람의 향기에 굶주린 배를 하고선
비척비척 언덕길을 내려가는
불쌍한 어깨그림자에
이내 겨울이 가까왔음을 고백한다.
아니, 시인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감히 말하여도
조금 뒤면 쓰라리게 남는 허전함...
사랑은 메아리를 전제로 하는가?

올겨울은 따뜻한 누군가의 향기로 채우고자 했는데,
어디든 좋으니
차갑지 않은 웃음 한줌이면
호흡하기 불편하지 않으련만.

연기는 낙엽을 태우는 연기가 제일 좋다.
일전에는 거기에 애꿎은 종이 몇장 태웠다가
고생 깨나 했지만,
낙엽을 태우면 사연도 없이
갖은 추억을 태울 수 있어서 그 향기가 각별하다.

편지나 웃음이나 그런 것들을 태우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한다.
피어나는 연기에 분명 눈물이 맺힐 것이므로.

아마도 내가 느끼는 한기는
누구도 느끼지 못하는,
사랑하는 님의 향기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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