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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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25. 밤 11:35 생활관에서

가을이 한참인데,
여지껏 닫혀 있는 그대의 창을 본다면
나는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으렵니다.

빗소리 도독도독 창가에 돋듯이,
눈발이 바리바리 지붕에 쌓이듯이,
밤새 잠 한숨 안재우고선
기어코, 뽀록히 골이 난 표정이라도,

그 붙어 버린 도르래 바퀴 밀어젖혀
몇 해를 거쳐 준비해 온
내 웃음 가득한 그대의 천국을 펼쳐 주렵니다.

들판에 부는 바람이 조금 차갑기는 하지만,
웅크리고 숨은 차가운 냉골 방 우풍보다야 추울까...

나는 그대 가슴에
봄을 심어 준 사람.

궁금한 것은,
내가 그대에게 심어 준 봄이
아직도 그대 가슴에 머물러 있는지,
혹은,
뿌리 내리고 꽃도 피어 주었는지......

그대는 나로 하여 봄을 만났듯이,
이제 나를 벗하여 가을을 만나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봄에 희망을 갖듯이
가을에 키가 커갑니다.

당신의 나를 향한 사랑은,
여름동안 눌러 참으며 기다려 온 그대의 서정은,
이 가을에
나로 인하여
드디어 대지에 풍요를 주는 감사의 눈높이,
하늘이 내려다 보는 숭고의 눈높이,
바람이 보듬어 주고 가는 세심한 눈높이만큼 자라납니다.

사랑하고픈 마음,
그대를 일으키는 만큼
사랑하고픈 마음은
그대 창가에서 기다리는 가을 눈높이 만큼
자꾸만 자꾸만 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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