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다락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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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에서


오후에 들어 비가 왔다.
밤이 되어서는 추웠다.
가난으로 찌든 삶
언제이고 여유롭진 못했음에도
소중한 것은 지켜야한다는
막연한 다짐만이
어쩌면 위로의 푸념으로
나의 방을 채우고 있었다.
세월에 금간 다락방의 천장과 벽
바람은 쉬 들어오지 못했지만
서려있는 빗물만은 촉촉이 물들였다.
가까이 얼굴을 대면
가늘게 하늘로 구멍이 나있다.
조각난 지붕 밑에서
가난을 적어본다.
받쳐놓은 그릇 위론
계속해서 빗방울이 물결진다.
부탁이야
낭만적이라고는 생각지 말아주렴.



바램


이루고자하는 뜻을 품은
그런 것은 많지 않지만
그래서 결심했다.
하나조차 이룰 수 없다한들
나를 한 번 믿어보자고
스스로를 지켜
웃음으로 위로해 주자고
영혼이 마음에 훌륭했다며
편안하게시리
귓속말로 멋졌다고
언젠가는 한번쯤
잘될 날도 있지 않겠느냐고
누구에게도 좋은 날은
인생을 들어 한두 번은 있을 거라고
지금에도 부담은 없어 좋지만
그렇지만
내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고픈 그들이 있기에
조금은 잘되어보고 싶다.



믿음


바람이 들었나보다
정신없이 지나치는 사람들
목적에 취한 정도가 아니라
삶을 잃어버리듯
그냥 달려만 간다.
의문을 품지말자
뻔한 이유가 있음으로
언제나 그럴만한 이유는 있기에 마련이고
내일을 믿고 싶은데
그런 날이 올 거라고
그냥 죽어갔던 시인의 시집에서
그날이 올 거라 믿고 싶다.



시집을 덮습니다.


다른 이의 시를 읽었습니다.
가을에 말입니다
그러한 하늘 그 파라한 하늘에
한자씩 한 줄씩
손으로 저어서
써내려 간 진실을 봅니다.

시와 같은 가을은
가슴속에 사근하게
포근히도
엄마의 품에 안긴
아가처럼 잠이 들게 합니다.

생명의 떨쳐 오름은
시집에선 살아있지만
안타까워 지나간 것들뿐이었습니다.
전기가 오르듯
순간순간을 이어갑니다.
감전된 사랑과 같이
시집을 덮습니다.



그냥살순 없었다.


늦은 밤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많은 이가 깨어있는 듯 하다
그가 말한다.
그가 운다.
그가 죽었다.
그는 이제 내게만 말한다.
살아야 한다고
죽음은 죽음으로 끝나지 못한다고
아주 먼 내일
그날까지
그냥살순 없음을
늦은 밤
스스로를 자극해 본다.
한 번씩 떠나보면 알게 되는
고독과의 조우(遭遇)는
겨울과의 입맞춤처럼 차갑지만
봄비로만 적셔진다.
인생의 물결은 어디로 흘러
달빛으로 담궈 지던지.
그냥살순 없었다.



2차방정식


지구에 사는 모든 이들은
행복을 원한다지.
누구하나 다르겠어.
그거 참 어리석다.
될 것을 희망해야지
그러기에 불행한 족속들이다.
혼자만의 축복이
전부인 듯 살면서
다른 우리에게는
그리도 무심하면서
누구하나 불행하길 바랄까.
사랑이 필요한데
참 병든 세상이다.
그런데 나는 무엇인가.



하나님을 보았는가.


그는 보이시는 분이었다.
나무에 달리시어
눈가에 눈물이 흘러
가슴으로 적시고
숨이 터져라
외쳐 괴로울 때
슬픔,
그를 통한
그의 희생에 의한
병든 자들을 위해
아이처럼 울 수 있었기에
그분은 내게 보였다.
어두운 밤에 첫눈이 내리듯
그분을 볼 수 있었다.



산에 가면 나무가 많다.


산에 가면
나무가 많다.
나무위에는
바람처럼 숨어버린
봄이 숨쉬고 있다.
말라버린 껍데기를
한결 벗겨놓으면
또 한줄 감춰진 몸뚱이가
새롭게 움이 튼다.
따각 소리에
나뭇가지 꺾으면
이미 이세상의 것이 아닌 듯
나무들이 서있는
산길을 걸으면
잠자는 그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사랑의 인사


바쁘게 지나치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
부드러운 첼로의 음성을 가진
엘가는 사랑의 인사를 한다.

어느 마을가운데
런던에 있는 어느 강의 물결 속에서
그의 노래는 악보위로 옮겨지고

위풍당당하게만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그의 행진곡은 참으로 어울리긴 해도

그의 인사는 사랑
자극하는 인생의 냄새도 없이
고요한 마음만을 전해준다.



눈 오는 날


눈 오는 날
하얗게 세상을 덮은 날

하늘위로 걷는 듯
눈길을 걷는다.

눈은 계속 내리는데
긴 코트의 목도리 매고

내려진 눈을 만졌다.
차고도 따스한

눈 오는 날
하얗게 입김을 내쉬며
숨을 쉬어본다.

먼 산
눈으로 된 산

세상을 안은 눈이
가슴에 집을 지은 듯

눈 오는 날
눈길을 걸었다.



비의 편지


은,
비가 내린다.
무척이나
그 소리가
잠든 들에 묻어난다.
.
은,
듣고 있나
풀이 젖는 소리가
땅위로 흐르는 물줄기로
내일 아침쯤이면
깨끗만 해지겠구나.

은,
보고 싶다.
어찌 살고 있는지
너의 위로는 진실했고
너의 삶은 너무나도 강인했다.

은,
비가 그치나
고여진 물이
밤으로 새어들면
툭툭 떨어지는 물소리가
익숙해지는 것을

은,
잊지는 말자
약속 했었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그때는 어렸어도
우리의 약속은
별과 같았다.

사랑하는 나의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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