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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사랑해 XL (4번 부제 - 사랑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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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XL (0번 부제 - 사랑한다면)

2001..1. 밤 11:5. 생활관에서.

사랑한다면,
아쉬움 없이 아름다운 한편의 영화를 보고 흘리는
가벼운 탄식의 한숨조차 자유로이 터뜨려
다시금 내 원시이며, 최종의 매듭처럼 탄탄히 얽히는
한결같은 인연의 끝으로
풀지 않을 자유의 결박을 지어야 한다.

사랑을 해야 한다면,
새처럼 자유로이 허공에 발자욱을 찍듯
아무런 죄 없는 가벼운 영혼으로 피어
나뭇잎이 움트듯, 꽃이 몽우리 지듯,
돌아보는 시선 가득 희망을 예감케 하여
사랑으로 하여금 더욱 사랑스러워지며
사랑함으로 하여 참으로 사랑할 만 하도록 할 것이며,

사랑을 하고자 한다면,
다가서려는 발치에
후회, 눈물, 실망이 싹트지 않도록
그 정성스런 무게감으로 사뿐히 올라 밟아
다만 알찬 그리움과 행복이 자라는,
네 가슴을 두드려 기름진 옥토를 가꾸어
그가 웃음을 열어 스스로 빛나는 하나의 햇님이 되고,
세상에 마지막 남은 그늘, 네 마음속 여운을 감싸 주는
고운 햇살로 자라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서, 세상에는 아마,
너와 내가 아닌
우리 눈 높이만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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