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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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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2001..21. 저녁:5. 저녁식사 중에

소나기가 나를 가두어 버렸다.

창창한 초 여름날의 흥분이 무색하도록
딱딱하게 갈라져 터지던 손등을 간절히 때리며
이파리를 쓰다듬듯 줄기 줄기 던져지는
미적지근한 그리움을 먹고

한참이나 우두커니 서서 처마를 응시하는
손가락 두께만큼의 서운함으로
세차게 시위하는 물방울의 창살에
나는 그만 완전히 갇혀 버렸다.

툭 터놓고 이야기 하자.
너는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님인 것이냐?

내가 너를 그리워하였다면
차라리 네게 붙잡혀 볼모가 된들
처마밑에 버려진 채로라도
참으로 처절한 불덩이 길거리를 헤매었을 것이다.
분명 그러하였을 것이다.

너는 온 천지에 내리며
눈시울 적시며 바라보는 나를 농락하고,
그래도 내 눈은 네 무심한 자유낙하에
산산이 부숴지는 마음으로
처마에 매어 달린 쪼가리만한 하늘을 올려다 본다.

아서라.
하늘에 그리는 촘촘한 빗살로
내 마음은 가리워져 붙들리고 말았다.
너는 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가지를 못하는구나.

나를 세워 둔 채로
급하게 지나가지나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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