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나리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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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겁의 업으로 마지막 못을 친다.
흐르는 영혼의 눈물을 닦으며
활화산을 쏟아 붓고 끓었던
애잔의 술잔을 삼키려 한다.
꽃잎으로 곱게 접어 온
길었던 하루하루.
나보다 항상
저 높은 곳에서 사랑으로 다가오는
너와의 마지막 약속.
천지가 개벽하는 아흔 한번 째 날
너에게 서슴없이 다가가
無의 책장을 함께 더듬으며
내 생의 마지막을 노래하리라.
단 하루의 볕이라도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들나리가 되어 피어도 좋다.
할단새의 기억을 쪼며,
밤을 쫓는 소쩍새의 혀끝으로
허름한 지게에 나란히 서는 날
천상을 올려보며 찬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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